등록 : 2005.10.06 22:02
수정 : 2005.10.06 22:02
사설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한 강정구 교수에 대해 허준영 경찰청장이 구속수사 방침을 밝히고,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반시장경제적’ 교수에게 배운 학생에게 기업 채용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학문적 논의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선 안 됨을 거듭 밝힌다. 김 부회장의 말도 대학 교육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전교협 토론회에서 발표된 강 교수 논문만 읽어봐도, 이번 논란이 무지와 ‘딱지 붙이기’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통일전쟁은 강 교수가 2000년부터 주장한 것으로, 북한의 공식 규정인 ‘민족 해방전쟁’과는 다르다. 주장의 핵심은,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의도로 보면 통일전쟁이고, 국제법으로는 침략전쟁이 아니라 내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1950년의 유엔총회 결의사항 376호, 안보리결의안 82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남한의 공식 규정인 침략전쟁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통일전쟁일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를 친북 발언으로 매도하는 것은 매카시적 광기의 잔재다.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 군사동맹 철폐’ 주장도 맥락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 사이 ‘제2의 청-일 전쟁’을 막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장기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지, 당장 물러가라는 게 아니다. 아울러 그는 “한-미 우호친선을 다른 국가와 동등한 관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남북 전체가 공산화했을 것”이라는 자극적인 가정을 편 건 문제가 있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용지물인 탓이다. 강 교수는 이런 가정이 “현실적으로 훌륭한 혜안과 길잡이”가 된다고 하는데, 지금의 소모적 논란이 과연 그런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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