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야당, ‘당직’ 아닌 ‘혁신’에 힘쓸 때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1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표가 임명한 최재성 사무총장을 놓고 새정치연합은 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계파를 청산하고 당원과 국민을 우선하는 정당으로 확 바꾸자는 혁신작업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당직 인선을 놓고 계파 다툼을 이어가는 제1야당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메르스 사태로 민심은 무너졌는데, 이런 시기에 내부 싸움에만 골몰하는 야당에 누가 마음을 주고 싶겠는가.
혁신위원회 활동은 4·29 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뒤 시작한, 새정치연합으로선 사활이 걸린 절체절명의 작업이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신뢰를 다시 얻느냐 여부는 이번 혁신작업의 성패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 혁신안 내용에 대해선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있다. 하나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현역 국회의원·단체장 등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달에 중앙위원회를 열어 혁신안을 공식 의결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한 부분이다. 과거에 혁신안을 여러 번 만들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는 전례에 비춰보면, 중앙위에서 이번 안을 의결해 당헌당규로 분명하게 못박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내용보다는 실천을 통해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안에 어떻게 공정성을 담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혁신위원회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놓고 당내 분란이 심한 이유도, 내년 총선 공천작업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카드’를 고집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비노 진영’에선 의심한다. 당내 반발이 뻔히 보이는데도 인사를 강행한 문 대표나 이를 빌미로 분당을 언급하는 인사들이나, 국민의 눈에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혁신위 활동까지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공천안을 만들더라도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추진력을 얻기 어려워진다. 필요하면 사무총장이 공천에 아예 개입할 수 없게 제도를 바꿔서라도 다수의 당내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달이나 새달 초쯤 발표될 2차 혁신안엔 이런 구체적인 부분까지 포함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혁신안이 당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내부 반발을 돌파할 수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