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청난 참사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지진이다. 사상자가 최소한 수만명에 이른다. 피해는 파키스탄 북동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리히터 규모 7.6에 이르는 강진인데다 진원지가 얕아 피해가 크다. 장비와 전문인력이 부족해 현장 접근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우선 신속하고 따뜻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8월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친 직후 우리 정부는 세계 4위 규모인 3천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그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 구호단체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파키스탄은 페르베즈 무사라프 대통령이 2년 전 방한하는 등 우리에게 친밀해진 나라다. 국내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노동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하는 만큼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아 남부를 강타해 2만명 이상을 숨지게 한 지진해일도 경보체제만 제대로 돼 있었더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판구조론으로 볼 때, 파키스탄과 인도 등을 떠받치는 인도판이 위쪽의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는 경계선에 있는 파키스탄 북부와 인도 서부는 지진이 잦은 곳이다. 그렇지만 경보 및 구호 체제, 내진 설비 등이 취약해 지진이 날 때마다 수천~수만명씩 희생자가 나온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각종 재해와 재난도 세계화하는 것은 21세기의 한 특징이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 참사가 일어나든 많은 나라의 사람이 희생되고, 참사 규모도 한두 나라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재해·재난 대처를 위한 국제 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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