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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 개혁, 밀어붙인다고 될 일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밀어붙일 뜻을 강하게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무총리를 선두로 각 국무위원들은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개혁과 부패척결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승민 사태’로 불거진 여권 내부 갈등을 자신의 의도대로 봉합하며 얻은 자신감을 4대 부문 개혁 추진에 쏟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쪽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 말마따나 “과거부터 쌓여온 잘못된 관행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라 경제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화하려면 시대에 뒤진 낡은 틀을 깨고 새 틀을 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온 것은 이를 일러준다.
문제는 구조개혁의 방향과 추진방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걱정을 지우기 어렵다. 4대 개혁 가운데 특히 노동개혁을 살펴보자.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그런데 개혁 방향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말해준다. 박 대통령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무게가 실려 있지는 않다. 이 부분에 정부 예산 등을 대폭 늘리겠다는 말이 없다. 실직 등에 따른 보호막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일자리를 잃으면 새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현실에서 노동자들로서는 반발할 소지가 큰 개혁 방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진 방식도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말 노사정위원회가 결국 파행을 빚은 데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한몫을 했다. 정부와 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이 6개월간 협상을 벌였으나 노동개혁은 큰 열매를 맺지 못했다. 정부와 경영계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을 덜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그런 만큼 정부가 독주해서는 안 된다. 다른 부문의 개혁도 마찬가지다. 이해당사자들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이 어떻게 결실을 이뤘는지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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