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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3 18:47 수정 : 2015.07.23 18:47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뜻하는 ‘수포자’라는 해괴한 신조어가 이젠 낯설지 않을 정도로 쓰이고 있다. 수학 포기 현상이 그만큼 보편화했기 때문일 텐데, 이번에 나온 실태조사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수치를 보여준다. 22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초·중·고교 260곳을 조사해 발표한 ‘학교 수학교육 학생·교사 인식 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의 36.5%, 중학교 3학년의 46.2%, 고등학교 3학년의 59.7%가 수포자다. 이래서는 수학을 정규 과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수포자가 많은 이유는 뻔하다. 지나치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미국·일본·싱가포르·핀란드·독일·영국과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과정을 검토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우리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비례식과 비례부분, 정비례와 반비례’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운다고 한다. 기하 영역의 엄밀한 증명도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다루는데 다른 나라는 대개 고교 과정에 들어가서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수학의 원리를 차근차근 깨달으며 즐겁게 배우기는커녕 문제풀이를 위한 암기 과목으로 여기는 현상까지 빚어진다.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진정한 수학 실력의 저하로 나타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상위권인 반면 흥미·자신감은 하위권이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고교 수준 이상에서는 성취도 자체도 낮아진다고 한다. 사교육에 대한 부담도 수학이 한껏 높여놓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의 72%, 중학생의 82%, 고등학생의 81%가 수학 사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수학 교육을 지속할 수는 없다. 우선 학습량을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오는 9월 고시될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정부도 수학의 학습 부담을 20%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내놓은 시안은 학습량이 줄지도 않고 오히려 어려운 단원이 추가돼 비판을 샀다. 정부는 절반을 넘는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 낯부끄러운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애초 한 약속을 분명히 지키고, 나아가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수학 본연의 교육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비정상을 방치해서는 아이들의 인생과 나라의 미래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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