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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판 명가’ 김영사의 민망스런 내분 추태 |
출판사 김영사의 전·현 대표 사이에 고소전이 불거지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갈등의 단면들이 드러났다. 편집장 출신으로 30대에 대표이사에 올라 25년간 성공신화를 일궜던 박은주 전 대표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출판계를 넘어 일반 독자들의 충격도 크다. 김영사는 그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식객>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생산해온 대표적 출판사다. 이번 사태는 좋은 책을 출판해온 출판사이니만큼 사풍이나 내부 경영도 훌륭할 것이라고 믿어온 많은 독자들에게 큰 배신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김강유 현 김영사 대표이사 회장을 353억여원 규모의 횡령·배임·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김 회장이 김영사에 손실을 입히면서 자신의 큰형이 운영하는 기업체를 부당지원했다고 박 전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김영사 쪽은 적법한 담보를 잡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활동을 중단한 이면에 이런 내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박 전 대표가 출판사 편집자로 들어간 뒤 김 회장의 ‘금강경 공부모임’ 제자가 되어 법당에서 20년간 집단생활을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대표는 월급과 상여금 전액을 법당에 기부하면서 충성을 바치다가, 김 회장이 ‘미륵불’을 자처하면서 그 곁을 빠져나오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저 한 개인의 종교생활,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치부하고 지나치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 전 대표나 김 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출판사의 전·현직 경영자다. 박 전 대표는 한국 최대 출판인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까지 지냈다. 국민 정신문화와 연관된 산업에서 지도적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개인 생활도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달라고 기대하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 무리는 아닐 것이다.
출판은 국민 지식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이다. 저질 문화의 범람을 막고 사회교육도 수행하는 것이 출판에 주어진 사회적 책무다. 독자들은 책만 보는 게 아니고, 책을 낸 출판사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대와 신뢰를 갖고 있다. 특히 명문 출판사라면 경영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마땅하다. 김영사 추문이 더욱 참담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회사가 한국 출판의 대표주자로 행세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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