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0 19:48
수정 : 2005.10.10 19:48
사설
계속 이어진 노동계 비리 사건이 민주노총 본부까지 번졌다. 이젠 반성과 혁신 약속만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어려운 지경에 왔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전국 택시운송사업 조합연합회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서 비리가 터지고 한국노총 중앙 간부가 구속될 때도, 민주노총 본부는 다를 것이라고 믿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민주노총이 투쟁 속에서 쌓아온 전통을 믿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마지막 기대마저 허물었다. 위법 여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사업주 단체에 손을 내미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자주성 확보야말로 노동계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자체 진상 조사를 벌여 문제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젠 문제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구조적인 혁신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간부 선출 과정의 후보자 검증 장치 마련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단을 선출할 때부터 이번과 같은 일들을 공론화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십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간부의 자질 검증은 단지 비리 방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 노사 교섭 구조 개선과 교섭 과정의 투명성 확보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간부들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견제와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노동운동도 이젠 간부들의 양식에 의존하는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견제 장치를 통해 조합원 다수의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갖출 때가 됐다. 이런 혁신을 더 미뤘다가는 신뢰를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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