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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3 18:29 수정 : 2015.08.13 18:29

정부가 광복절을 맞아 13일 대규모 특별사면을 했다. 이번 조처로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을 받거나 어업활동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받은 220여만명이 사면돼 서민생계 불편은 일부 해소됐지만, 그보다는 경제사범들을 대거 풀어준 것이 더 두드러진다. 특히 회삿돈을 빼돌려 선물투자 등 사적 이익에 유용한 죄로 복역중이던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풀려나 회사로 복귀하는 등 기업인 14명이 특별 사면·복권됐다. 짬짜미(담합)가 들켜 입찰참가 등이 제한된 2200여개 건설사 등에 대한 행정제재도 풀렸다. 명백한 경제질서 교란행위를 ‘봐준 것’이다. ‘유전무죄’의 현실이 확인되면서 사법정의는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이번 사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다짐한 약속과 원칙을 내팽개친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4월에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던 일을 문제 삼으면서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말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사면된 최 회장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기업인보다 죄질에서 나을 게 없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비리 기업인이다. 최 회장은 이미 2008년 비슷한 죄에 대해 사면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재벌 총수 등을 특별사면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도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사면권을 휘둘렀다.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법치주의 훼손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법부의 재판 결과를 한순간에 무력화하는 것인 만큼 함부로 남용할 권한이 아니다. 예외적 상황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 등 헌법정신에 맞는다. 그런데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하는 일이 계속돼왔다. 그리되면 비리는 계속되고, 국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인 사면이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논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온 터다. 생계형 사범에 대한 일괄 대량사면이라면 국회 동의를 거치는 일반사면으로 하는 게 헌법과 법률의 원칙에 맞는데도 굳이 끼워넣기식으로 특별사면 형식으로 단행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이번 특별사면은 그 명분의 하나인 국민통합에도 실패했다. 특혜적인 기업인 사면이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리는 애초 없다. 그에 더해 정부는 시국사범은 처음부터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용산참사나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사업 등에서 벌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포용하는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면을 대체 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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