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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7 18:28 수정 : 2015.08.27 18:28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서 2010년 개교 이래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입시 비리를 저질러왔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이 학교 교사가 26일 서울시의회의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남학생 지원자에게 서류·면접에서 보정 점수를 주는 등 입학 성적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교육 정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다.

교육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부여돼야 한다는 대원칙이 훼손된 것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그 배경에 성차별이라는 악습이 자리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하나고 쪽은 ‘기숙사 때문에 남녀 숫자 조율이 필요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기껏 한다는 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의 변명이다. 고작 기숙사 문제로 교육의 대원칙을 어지럽혀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교육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에게 교육을 맡길 수는 없다.

남학생 우대 선발은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시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얼마 전에는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여학생들 말고 남자들을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공교롭게 기업이 학교 운영에 손을 댄 곳에서 이런 일이 잇따르는 것도 고약한 일이다. 전근대의 미몽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우리 사회의 치부다. 김 이사장이 이 문제에 대해 ‘교육당국의 이해가 있었다’고 밝힌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교육당국이 입시 부정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야기인데,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사실이라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2년 전 영훈국제중에서도 입학 성적 조작이 들통나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유독 ‘특권학교’로 지목되는 학교들에서 입시 비리가 발생하는 건 특권에 따르는 책임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특권을 거둬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훈중의 경우 국제중 지정이 끝내 취소되지 않고 2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이는 부정에 눈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는 꼴이다. 정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정의를 짓밟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서울시의회는 하나고의 입시 부정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 서울시와의 부지 임대차 계약 등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고, 교육당국도 자체 조사를 통해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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