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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아시아 평화·협력 기반 넓힌 한-중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전승절) 행사 일정 가운데 만난 두 정상은 동아시아 평화의 미래와 북핵 문제, 그밖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공감대를 다졌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만이 참여해 국제적으로 미묘한 긴장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우리로선 일종의 외교 실험을 한 셈인데 결과는 일단 나쁘지 않은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당면 현안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10월말~11월초에 하기로 한 합의가 눈길을 끈다. 애초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을 한국이 나름대로 설득한 결과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현안들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때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 공간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 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의 밀월이 심화하면서 한국의 외교적 고립마저 염려되던 가운데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미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전자는 최근 목함지뢰 폭발을 둘러싼 남과 북의 대치를 비롯하여 모든 주체에 의한 모든 형태의 긴장 고조 행위를 망라하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언급도 현 단계에서 필요한 원칙론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봐야 하지만, 두 정상이 6자회담 재개에 방점을 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을 어떻게 이런 구도에 끌어낼 것인가가 과제다.
이밖에 두 정상은 회담에서 나름대로 깊은 우호도 다졌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종전 70년, 광복 70년, 분단 70년임을 언급하고 두 나라가 어려움을 함께 겪은 게 오늘날 우의의 토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두 나라 국민들이 식민침략에 항쟁하고 민족해방을 위해 투쟁하면서 서로를 도왔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나라들 사이에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고 역사 문제가 큰 불씨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두 나라 정상의 우호가 동아시아의 갈등이 아닌 우호 증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두 정상은 회담에 이어 오찬도 함께 했다.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여러 지도자 가운데 시 주석과 단독 오찬을 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참석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없지 않았을 한국 대통령한테 중국 쪽이 상응하는 예우를 한 셈이다. 한-중 관계의 비약적 발전을 웅변하는 상징적 모습이다. 아울러 이번 회담은 한국 외교가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나라와 두루 협력하는 다차원적 외교로 나아가는 계기와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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