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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22:29 수정 : 2005.10.11 22:29

사설

엊그제 35년 동안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면서 남긴 유지담 대법관의 퇴임사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구구절절이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채워진 그의 퇴임사는 재임기간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는 데 치중했던 다른 ‘높은 분’들의 그것과는 품격과 향기부터 다르다.

그의 퇴임사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닿는 대목은 이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한 데 대한 반성이다. “사건 당사자의 발을 씻겨주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하기는커녕 “법관의 권위”에만 안주했음을 자책한 구절은 우리를 뒤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둘러보면 알량한 권세나 지위를 얻었다고 우쭐대고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들이 마땅히 할 일을 하면서도 “마치 시혜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넘쳐난다. 그의 겸허한 자기반성은 사법부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의 모든 공직자와 힘있는 사람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그의 퇴임사는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법부에 대한 경청할 만한 비평은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이라든지 ‘재판의 권위’ 등의 명분으로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려는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은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 움직임에 온갖 논리를 내세워 딴죽을 걸려는 사람들은 마땅히 귀담아 들어야 할 구절이다. 법관들을 “인사에 일희일비”하게 만들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생활”하도록 내모는 사법부의 그릇된 인사 풍토나 제도 역시 법원의 수뇌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다가온다. 유 대법관의 퇴임사가 사법부의 과거 청산과 거듭나기 노력에 소중한 씨앗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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