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08 18:24
수정 : 2015.09.08 18:24
사 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7일 내년 총선 후보를 일반시민 100%로 구성된 국민공천단 투표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공천개혁안을 발표했다. 공천개혁안은 혁신위의 10번째 혁신안이자 마지막 혁신안이다. 이로써 석 달 남짓 계속돼온 혁신위 활동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혁신은 기존의 통념을 깨고 낡은 규칙을 바꾸는 작업이자, 모든 기득권에 대항해 새롭게 판을 짜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위가 출범할 무렵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이라는 비장한 표현까지 나왔다. 하지만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돌아볼 때 육참골단의 각오가 얼마나 관철됐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혁신위의 활동은 ‘제도 개선’ 정도에 머물렀다. 당내에 뿌리 깊이 박힌 낡은 인식과 행태, 지리멸렬한 타성적 체질,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 등을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 작업은 손도 대지 못했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런 비판에 대해 “혁신위는 ‘제도혁신’과 ‘체질혁신’ 중 제도혁신을 과제로 부여받았다”며 “확정된 제도혁신 자체를 실천하지 않으면서 다른 게 부족하다고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혁신 작업의 현실적 어려움이나, 혁신위 능력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이런 말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혁신위가 이제 와서 제도혁신과 체질혁신을 나누어 체질혁신은 자신들의 임무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유권자들의 눈에는 이런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찌됐든 야당이 확 바뀌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기대는 충족하지 못했다.
혁신위 활동을 통해 역설적으로 확인된 것은 ‘혁신이란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몫’이라는 평범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야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체질개선이라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게다가 상황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혁신안 자체가 새로운 갈등의 대상이 돼버린 게 지금의 야당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야당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체질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부터 스스로 ‘바뀐 체질’을 보여줘야 한다. ‘혁신이 실패했다’ ‘혁신이 성과를 거두었다’는 식의 단선적인 논쟁은 결코 문제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혁신위 활동의 나름의 성과와 한계를 직시하고 지도자들이 앞장서 ‘혁신 이후의 혁신’ 방안의 지혜를 짜내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체질혁신의 시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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