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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정치연합, ‘공멸’하기로 아예 작정했나 |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면 악취가 진동하는 시궁창에서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지옥이 떠오른다. 각자 살겠다고 피투성이 싸움을 계속하지만 그 지옥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쉬지 않고 하염없이 싸운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최고위원들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 절차를 13~15일 강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주류 쪽이 “반대세력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내홍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에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는 말을 꺼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주문이 됐다.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주류든 비주류든 현실을 직시하고 공멸을 피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비주류 쪽은 재신임 투표를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재신임 투표를 포기하라느니,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느니 하는 말을 해봤자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인다. 어차피 재신임 투표는 당헌당규에 없는 정치적 행위다. 문 대표는 전 당원 에이아르에스(ARS) 투표, 국민여론조사, 중앙위원회가 의결할 혁신안 등 3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나름의 배수진도 쳤다. 비주류 쪽이 진정 문재인 체제에 불만이 있으면 차라리 재신임 투표 불신임을 위해 힘을 쏟는 게 나을 것 같다.
문제는 재신임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의 당 내분 사태가 수습될 전망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 점은 특히 문 대표가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신임을 통해 얻은 힘을 바탕으로 비주류를 압박하고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는 식의 생각으로는 당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더욱이 “재신임되면 재창당 수준의 ‘뉴 파티 비전’을 발표하겠다”는 말은, 지금까지의 지지부지한 혁신 작업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비주류 쪽의 끊임없는 흔들기에 대한 문 대표의 염증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문 대표는 자신의 정치력 부재와 통솔력 부족을 심각히 뒤돌아봐야 한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력’이다. 친노-비노의 싸움도 좋고, 주류-비주류의 대립도 좋지만 그것도 싸울 링이 있을 때나 가능한데 야당은 링마저 허물려 하고 있다. 당의 중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대오각성해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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