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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개혁, ‘통과의례’식 국회 처리는 안 된다 |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관한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여당이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속전속결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이념을 떠나고 당을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노동개혁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16일 정책의총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당론을 발의할 예정이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이 ‘데드라인’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돈다.
노사정이 입법화 과제로 합의한 내용이 적지 않은 만큼 국회가 공을 넘겨받은 건 맞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기간제법과 파견업종 확대 내용을 담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문엔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을 법안 의결시 반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이 중간과정은 깡그리 무시한 채 속도전 치르듯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가이드라인 제정을 관철시킨 여세를 몰아 비정규직 관련 법안마저 애초 입맛대로 강행하겠다는 안하무인식 태도 아닌가.
이번 합의 내용은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한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만 해도 대다수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욱 늘릴 우려가 큰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의 파장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질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로 연결될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노사정 합의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가 화답해야 한다’ 따위의 말로 관련 법안의 사실상 ‘무사통과’를 주문하고 나섰다. 노동개혁이 시급한 과제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국회가 섣부른 입법화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꼼꼼한 보완작업에 힘을 쏟는 건 당연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엔 여야의 구분이 결코 있을 수 없다. 당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여 노동개혁의 토대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 일이다. 정부·여당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밀어붙여선 안 되고,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보완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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