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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무모한 ‘미사일·핵 위협’ 그만둬야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을 강력히 내비치면서 ‘핵무기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고 있다’고 14~15일 밝혔다. 곧 있을 미-중 및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10월10일)을 앞두고 미사일과 핵 카드를 꺼낸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미사일·핵 위협’을 그만두길 촉구한다.
북한의 의도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한국 등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을 실어 올리는 로켓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기본 구조가 같다. 실제로 북한은 핵실험을 하기 조금 전에 장거리 로켓을 쏘는 행태를 보여왔다. 북한이 로켓을 쏜다면 국제사회는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들어갈 것이 확실하다. 특히 미국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북한 지도부가 로켓 발사를 통해 권위를 높이고 내부 결속을 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잃을 게 훨씬 더 많다. 북한은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
정부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도록 예방외교를 서둘러야 한다. 8·25 합의에 명시된 당국회담을 빨리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북한은 이제까지 로켓 발사는 남북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왔으나, 예단할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게다가 당장 북한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뿐이다. 북한이 14일 로켓 발사와 관련해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라고만 말한 것은 상황에 따라 가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일은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핵·미사일 문제를 풀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련 대화는 오랫동안 중단된 상태다. 미국이 대북 직접 접촉을 통한 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인다면 당장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도 함께 풀릴 수 있다. 이달 하순 있을 미-중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동력을 확보할 좋은 기회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이란 핵 문제만큼이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남북 당국은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 의뢰서를 15일 교환했다. 이산가족들은 꿈에 그리던 가족·친척을 만나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북한은 장애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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