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2 19:54
수정 : 2005.10.12 19:54
사설
인천 남구청이 주택가 뒷길에 장애인 전용 주차면 410개를 설치했다고 한다. 규정대로 했다고는 하나 실제론 드문 일이다. 도로 주차장에는 20대당 1대꼴로 장애인용 주차면을 두도록 돼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잘 지켜지지 않는 탓이다. 장애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주차면을 더 많이 배정하고 위치 선정에서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했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더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구청 쪽의 세심함도 돋보인다. 장애인 시설을 귀찮은 형식이나 불필요한 비용쯤으로 여기는 셈법에 젖은 자치단체들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아직도 편의시설은커녕 기본권조차 누리기 힘든 게 우리 사회 장애인의 엄연한 현실이다. 중증 시각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울산 광명원의 사연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한 시골마을에 전셋집을 구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진입로에 경운기와 돌덩이를 쌓아놓고 이삿짐을 막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밤새 몰래 이사를 올까봐 조를 짜 감시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진입로를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왔다니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원장이 ‘조용히 살겠다’는 각서까지 썼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광명원 사람들은 그들을 가로막은 돌덩이보다 더 무거운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주거지나 편의시설은 혐오시설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집값이 떨어진다, 장사가 안 된다, 얘들 교육에 좋지 않다 등의 이유를 대며 장애인들을 더욱 깊은 슬픔과 좌절로 내몬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단지 정책과 투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450여만명에 이른다. 서너 집에 한 집은 장애의 고통을 안고 사는 셈이다. 장애인은 바로 내 이웃이고 가족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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