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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벤처기술 도용’ 대책 시급하다 |
삼성전기의 특허 도용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던 벤처기업 ㈜슈버가 특허심판원으로부터 특허 침해 심결을 받아냈다고 한다. 작은 벤처기업이 공룡 기업에 맞서 얻은 값진 승리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 많은 중소기업에도 희망을 주는 사건이다.
슈버는 1999년 휴대전화 자동 개폐장치를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으나, 2001년 말 갑자기 거래중단 통보를 받았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슈버의 것과 비슷한 특허를 낸 뒤 슈버를 제치고 납품을 시작한 것이다. 유망 벤처기업이 하루아침에 판로가 막히면서 부도가 났다. 슈버는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내는 등 4년 동안 분쟁을 벌인 끝에 이번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삼성전기가 항소할 뜻을 보이고 있어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 말로는, 보통 중소기업들은 억울해도 대기업에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잘못 보였다간 큰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 소송을 내더라도 판결까지 몇 해씩 걸리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선 버티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생 협력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하지만 이번 일처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어서는 진정한 상생은 불가능하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대기업들이 앞장서는 신사협정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정부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심사를 통해 유망한 중소기업 특허를 선정하고 이렇게 선정된 특허는 정부가 적극 보호해주는 제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중소기업들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억울하게 빼앗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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