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총장 사퇴 유감스럽다 |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서 비롯된 법무장관과 검찰의 갈등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직서 제출로 이어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우리는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따른 검찰 내부의 불편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이번 사안이 총장직을 내던질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김 총장이 일단 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인 것은 형식상 적법한 조처인데다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론을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의 총수가 적법한 조처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응한 것은 스스로 법의 권위를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이 사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초강수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되풀이돼 검찰권이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서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진 데서도 나타나듯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또 장관이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시시콜콜 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들이 용인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 총장이 사퇴서를 제출한 것은 내부 강경파들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게 보인다. 이번 사태를 검찰의 자존심과 명예의 문제로 확대해석해 총장의 ‘장렬한 전사’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떼밀린 측면이 짙은 것이다. 검찰총장은 외압을 막는 임무 못지 않게 내부의 압력도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사즉생’ 등의 감정적 언사로 총장의 사퇴를 부추긴 수구언론 역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더욱 유감스러운 점은 사태가 감정적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불구속 수사 원칙의 재확립’이라는 주요한 과제가 실종될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피의자를 무조건 구속하고 보자는 식의 관행을 없앨 절호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심히 걱정된다. 검찰은 하루빨리 냉정을 되찾아 인신구속 남발 방지 대책 마련에 노력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