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16 19:50 수정 : 2005.10.16 19:50

사설

북한 최대 종합병원인 평양 조선적십자종합병원에서 지난 14일 종합수술실 문을 다시 열었다. 지난해 불이 나 제기능을 잃은 것을, 남쪽의 을지병원과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이 장비와 자재를 지원하고 북쪽은 건설 인력을 대어서 현대적 시설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준공 첫날 남북 의료진이 함께 중증 디스크 환자 3명을 수술해 병세가 크게 호전됐다는 소식은 듣기만 해도 흐뭇하다. 남쪽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교류협력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남쪽의 정치 정세에 크게 휘둘려 왔다. 북한 핵 문제 등으로 남북 갈등이 커지거나 남쪽의 정파들 사이에 정쟁이 벌어지면, 쌀·비료·약품 등 인도적 지원은 물론 민간의 교류협력 사업도 주춤거린 게 현실이다. 일방적인 퍼주기란 주장이나 상호주의 논리, 지원품 전용 의혹 등을 들추어 이를 문제 삼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공세를 모른척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민간의 대북 지원협력 사업은 질적 변화를 꾀하는 단계에 와 있다. 쌀과 비료 등 현물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북한 주민의 자활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시설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성과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봄 민간단체 모금액을 종잣돈으로 평양에 세운 빵공장에서는 하루 1만개의 영양빵을 만들어 탁아소와 유치원에 공급하고 있다. 한 해 500만병의 수액제(링거)를 생산하는 평양 정성수액공장도 지난 6월 준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 공장에는 수천명의 남쪽 시민들이 다달이 내기로 약정한 후원금으로 원재료를 정기적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울산 시민들은 9월부터 평양 만경대에 국수공장을 세울 돈을 모으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자발적이고 성숙한 대북 지원·협력 사업이 정치적 이유로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평양 적십자병원이 새롭게 문을 연 것을 계기로, 흔들림 없는 인도적 지원의 전통이 굳게 뿌리내리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