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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결정으로 확인된 ‘집회 봉쇄’의 부당성 |
경찰이 12월5일 서울광장 집회를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3일 나왔다. 이에 따라 5일 집회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정부의 집회 봉쇄가 얼마나 억지스런 것이었는지도 확인됐다.
경찰의 집회 사전금지 통고가 위헌적 조처라는 점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민주노총 등 주최 단체가 11월14일 민중총궐기 때의 주최 단체와 겹쳐 폭력시위가 예상된다’는 게 경찰이 내세운 주된 이유였는데,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자의적인 판단이다. 법원이 이날 지적했듯이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민주노총이나 전농이 주최하는 모든 집회는 금지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법원은 주최 쪽이 5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점 등을 들어 “이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경찰은 이번 집회 금지에 앞서 법에 정해진 절차조차 무시했다. 이런 조처를 하려면 주최 쪽과 행진 인원, 노선, 시간 등을 변경할 수 있는지 미리 협의했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시민들의 입을 막는 데만 급급했던 결과다.
정부가 법과 상식을 저버리고 집회를 금지하려 했던 의도가 무엇인지는 경찰의 행태만 봐도 자명하다. 경찰은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500여개 단체가 참여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 명의로 신고한 제3의 집회마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단체도 아닌데다 ‘공권력이든 시위 참여자든 폭력은 인정하지 않겠다’며 평화 시위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집회마저 금지하겠다면 애초 목적이 폭력시위 방지가 아니라 정부 비판의 봉쇄에 있었음을 자인하는 게 된다.
11월14일 폭력사태의 책임은 과잉진압한 경찰에도 있다. 물대포에 맞은 농민 백남기씨는 아직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지만, 전농·민주노총 등은 폭력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5일 집회의 평화적인 개최를 다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종교계까지 나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계속 집회를 봉쇄하려 한 것은 결국 정부에 비판적인 집회·시위는 이참에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래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가 없다.
정부는 이번 주말 시민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함은 물론 그들이 집회·시위를 통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정부의 과잉대응이나 자극적인 조처로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집회 주최 쪽도 평화적으로 집회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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