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7 23:20
수정 : 2005.10.17 23:20
사설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이 가뜩이나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갈등 확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특히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내세워 대대적인 ‘대여 구국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대목은 어이가 없다.
한나라당은 ‘구국투쟁’에 앞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부터 설명하는 게 순서다.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충실해 국민의 인권 보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 반대한다면, 도대체 한나라당이 받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지금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기춘·정형근 의원 등 현직 검사 시절에 검찰의 중립성을 앞장서 훼손하고 검찰조직에 큰 부담을 안겨준 사람들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소리높이 외치는 것은 희대의 우스갯거리다.
열린우리당도 이번 사태를 국면 전환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식의 발상을 접는 게 좋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검찰 개혁이나 폐쇄적 조직 문화의 혁신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 스스로의 성찰과 반성, 그리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이뤄져야지 ‘검찰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식의 감정적 접근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검·경 수사권 조정, 재정신청 제도의 확대 등 제도적 개선책을 차분히 추진해 나가면 된다. 특히 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검찰도 문제지만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외압’은 자칫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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