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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7 19:01 수정 : 2015.12.17 19:01

‘예고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17일 금융시장만 놓고 본다면, 이 말이 얼추 맞는 것 같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끝낸 뒤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첫날의 상황이다. 시중에 풀린 돈줄을 죈다는 점에서 대형 악재로 받아들일 법한데도 시장이 비교적 무덤덤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비정상적 통화정책의 기조를 되돌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무한정 돈을 쏟아붓는 제로금리 시대를 7년이나 유지해야 할 만큼 바닥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가 이제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완만하리라는 기대도 퍼져 있다. 연준도 “시장순응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말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그렇다고 해도 무턱대고 낙관할 건 못 된다.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의 중앙은행은 미국과는 여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세계 경제 차원의 통화정책 불협화음 여지는 되레 커졌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려가 잔뜩 거품을 키웠다가 금리 인상을 계기로 거품이 일시에 붕괴하는 게 과거 숱하게 되풀이된 위기의 패턴이었다. 이번에도 강한 달러로의 복귀가 신흥시장 중 ‘약한 나라’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니만큼 지나친 불안감은 피하는 게 옳다. 다만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새삼 우려되는 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노동개혁’과 규제완화 등 단지 비용 경쟁력만 높인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주력 제품과 기술의 경쟁력 자체가 한계에 이르렀고 가계의 구매력이 붕괴한 탓이 훨씬 크다.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때, 단기적 소비수요와 개발수요를 부추겨 경기를 띄우겠다는 구태의연한 접근법은 우리 경제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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