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7 23:21
수정 : 2005.10.17 23:21
사설
우리나라 정보보안 정책을 총괄하는 윤석구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윈도98’과 ‘윈도미’ 운영체제의 유지보수 연장을 간청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용자가 줄고 있는 윈도98 등에 대해 내년 7월 이후 보안 허점 개선용 패치 개발 및 보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윈도98 등을 쓰는 국내 컴퓨터들의 보안에 허점이 생길 우려가 있다. 문제가 되는 컴퓨터는 전체의 13%인 350만대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기관에서 쓰는 것들이라고 한다.
물론 유지보수가 중단된다고 당장 큰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정보보안이 한 미국 업체의 정책에 좌우되는 현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 회사는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좌우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저작권 문제 등 때문에 독자적으로 보안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정보보안 정책 책임자가 직접 찾아가 대책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제 정보보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미리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낮추지 않은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이 회사의 제품을 마구 들여다 썼다. 심지어 전자정부 서비스와 온라인 뱅킹은 윈도를 쓰지 않는 컴퓨터에서는 접속조차 불가능한 지경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개 소프트웨어 리눅스 등의 사용을 크게 늘림으로써 운영체제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지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이 아니라 독자적인 국가 정보보안 기술을 확보하는 중차대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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