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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육대란 외면하고 소송 벌이겠다는 정부 |
눈앞에 닥친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17개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화로 해결책을 찾을 의지가 아예 없어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24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해 “대법원 제소 및 교부금 차감 등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압박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 완전책임’이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애써 언급을 회피한 채 누리과정 예산은 법에 따라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했다. 이런 의무를 법에 정한 것은 정부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해마다 3조원씩 늘어나리라는 세수 증가 전망에 근거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 한 해 수조원씩 ‘구멍’이 생겼다. 누리과정 부담액은 4조원에 이른다. 이를 메우려 지방채를 발행하다 보니 교육청 재정은 파탄지경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대고 법을 지키라는 타령을 해봐야 공허할 뿐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시점에 대법원 제소는 한가한 소리다. 교부금 차감은 교육청의 여력을 더 소진시킨다.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대책들은 상황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말 그대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의 ‘조정’이다. 정부는 교육감들이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정부에 그대로 돌려줄 말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지방교육청 탓만 하고 실질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무조정실은 또 서울시와 성남시 등의 청년복지 사업에 대해서도 대법원 제소 등으로 강경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선심성 복지 예산을 편성한 것은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청년들을 위한 사업을 선심성이라고 부르는 인식부터가 문제다. 정부는 이런 태도로 어떻게 청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사업을 훼방놓으려는 의도를 뻔히 드러내놓고 ‘협의’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을 맞잡아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북이 쌓였는데 중앙정부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지방정부에 까탈만 부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끼리 소송이나 벌일 궁리를 할 시간에 진지한 조정과 협의 방안부터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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