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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동학대 대책, 급조 말고 제대로 만들어야 |
연말연시에 듣는 아동학대의 참상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친아버지 등 범인들이 24일 검찰에 넘겨진 인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어린이는 11살인데도 7살 아이의 키, 4~5살 아이의 몸무게였다. 뼈만 앙상하다. 매를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이렇게까지 아이를 장기간 학대했다면 ‘그러다 죽어도 좋다’는 살인 미수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쉽게 용서해선 안 된다. 인면수심의 만행에 물 끓듯 분노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일도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 이후 정부와 여당은 관련 법을 개정하고 전국의 장기 미등교 어린이에 대한 실태파악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초에는 당정협의를 열어 ‘아동학대 근절 종합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당연한 조처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자마자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 호들갑스런 임기응변만으로 이번 일을 매듭지으려 해선 안 된다.
급조된 미봉책으론 비슷한 사건이 거듭 되풀이될 뿐이라는 사실은 이번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소풍 가고 싶다는 어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 아이를 세탁기에 돌린 칠곡 계모 사건 이후 정부가 ‘아동학대범죄 처벌특례법’까지 제정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동학대는 지난해 1만건을 넘어섰고, 그중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1.8%였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도 가정이 83.8%로 압도적이다. 이제는 아동학대 문제 전반에 대한 깊이있는 조사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아동학대를 가정 내 훈육으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과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다. 아이는 부모의 부속물이 결코 아니며, 아동에 대한 체벌은 훈육이 아닌 일종의 범죄행위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동을 맡길 일이 아니라,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교사나 이웃, 의사 등이 피해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신고할 수 있도록 그물망을 촘촘히 짜고, 일선 경찰과 학교 등은 학대가 의심되는 부모와 아동을 즉시 격리해야 한다. 안이하게 ‘원가정 보호’ 조처를 내려 학대의 악순환으로 피해 아동을 밀어넣을 게 아니라 전문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이상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면 친권도 제한하거나 박탈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단체, 학교, 경찰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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