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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04 18:31 수정 : 2016.01.04 18:31

새해 벽두인 3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두 나라가 정면 대결의 길로 가는 모양새다. 그러잖아도 혼란스런 이 지역의 정세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사우디가 외교단절을 선언했지만 자신이 먼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강하다. 사우디는 2일 무려 47명을 테러 혐의로 사형시키면서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포함했다. 특히 그 가운데 한 명인 셰이크 니므르 바크르 알니므르를 두고 ‘이단(시아파) 사상을 품고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폭동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란을 테러 지원 세력으로 지목한 것이다. 알니므르는 사우디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권익 보장 운동을 해온 사람으로, 이란은 2012년 그가 체포될 때부터 반발했다. 이날 밤 이란의 사우디 대사관과 영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는 단교 선언으로 응수했다.

두 나라 갈등의 배경에는 지역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2015년 1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취임한 이후 수니파 맹주로서 위상 강화에 주력해왔다. 인접한 예멘의 내전에 무력개입해 시아파 반군을 공격했고, 미국-이란 핵 협상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제 기름값이 떨어져 사우디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도 강경노선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이에 맞서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을 잇는 시아파 벨트 강화를 시도해왔다. 수니파인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치기 위한 국제공조도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금 중동 지역에선 시리아·이라크·예멘 등 여러 곳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레바논의 종파·종족 대립 등도 여전하다. 온갖 갈등과 모순이 뒤엉킨데다 외세 개입이 일상화하다 보니 친구와 적이 누구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큰손’이라고 할 이란과 사우디마저 충돌한다면 중동 지역의 문제들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두 나라는 적대감을 가라앉히고 무엇이 최선인지 잘 생각해 행동하기 바란다.

두 나라는 1988년부터 3년간 단교한 적이 있긴 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대체로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를 통해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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