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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05 18:36 수정 : 2016.01.05 18:36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키지 못해 올해 1월1일부터 전국 선거구가 모두 사라져버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여야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런 식이라면 선거구 공백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20대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못하는 국회라면, 그런 국회가 과연 존재할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구 공백 사태가 더욱 고약한 것은, 현역 국회의원들은 13일까지 의정보고서 배포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예비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기득권 세력이 공모해 선거구 획정에 내심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당장 손해를 보는 쪽은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전국의 예비후보들이다. 선거구가 어떻게 나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홍보물 발송이나 대형 걸개그림조차 내걸 수가 없으니, 현역 의원들과 비교하면 이런 불평등한 경쟁이 어디 있겠는가. 전국 곳곳에서 예비후보들의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상황이 이런데도 ‘선거구 획정안 처리 전에 반드시 경제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못해 분노를 자아낸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가 모두 사라진 상황과, 대통령 관심 법안의 통과를 같은 선상에 놓고 협상하라는 것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라도 있는 사람의 생각인지 묻고 싶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과 경제 법안의 연계는 안 된다’고 하자 청와대 참모들이 벌떼처럼 나서 “국회의장이 이미지 정치만 한다” “정 의장이 경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에 깊은 고민이 없다”고 맹비난하는 처사는 보기조차 민망하다.

그렇게 국회의장을 우습게 보는 청와대가 여당을 어떻게 대하고 여야 협상에 얼마나 시시콜콜 간섭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청와대 때문에 여야의 선거구 협상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일뿐더러 입법 혼란 사태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국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에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청와대가 뭐라 하더라도 국회의 기본 임무인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는 책임은 궁극적으로 여야 정치권이 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이것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법안이나 선거연령 인하 등의 사안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선거구 획정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선 선거구 획정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 대표는 타결되지 않으면 밖에 나오지 않겠다는 자세로 협상을 벌여 지금의 불법 상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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