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18 21:45 수정 : 2005.10.18 21:45

사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의 파문이 검찰 수사권 독립 차원을 넘어 마침내 국가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보수원로’를 자처하는 인사 등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위기’를 잇달아 거론하며 ‘대한민국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박 대표 등이 받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란 과연 어떤 체제를 의미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류에서 벗어난 학문적 주장에는 일단 법의 잣대부터 들이대고 보는 사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해서는 헌법이 규정한 신체의 자유나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배제해도 되는 체제를 뜻하는가. 이 시점에 ‘대한민국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과거의 서슬퍼런 공안논리를 이어받아 우리의 인권 수준을 다시 옛날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땅의 보수세력은 ‘국가의 정통성’을 말하기 앞서 자신들이 아직도 과거 ‘정통성 없는 정권’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지 않은지, 그것부터 반문해 봐야 한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의 옳고 그름을 놓고는 우리 사회에 찬반 양론이 날카롭게 맞서 있다. 하지만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좌향좌’로 향하고 있는 증거로까지 확대해 해석하지는 않는다.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지휘가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따위의 선동에 휘둘릴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색깔론 공세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역량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이쯤해서 불필요한 싸움에 기력을 소모하지 말고 이성과 상식의 세계로 돌아왔으면 한다. 수구언론들 역시 강 교수 구속의 당위성을 설파하기에 앞서 지난 2001년 자신들의 사주가 탈세 혐의로 구속될 무렵에 내놓았던 사설의 한 대목인 “인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불구속 재판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글귀를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해묵은 색깔론 논쟁으로 날을 지새우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