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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8 18:34 수정 : 2016.01.18 18:34

경기도 부천에서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학대당하다 훼손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은 외형만 커졌지 기본을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히 드러냈다. 2년 동안 감금·학대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인천 소녀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 학생들을 조사했더니 부천 초등학생 말고도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학생이 20명이나 됐다. 아이들이 의무적으로 출석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아동학대 사례를 발견하고 대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우리의 학교는 오히려 완전한 사각지대였다.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결석해도 학교장과 읍·면·동장이 출석 독촉을 하는 게 사실상 현재 제도상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면 그 학생을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다. 말이 관리 대상이지 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숱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몇 번인데 아직도 이렇게 무책임한 제도가 유지되고 있었다니 할 말이 없다.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 학대 가능성을 조사하겠다는 2014년 정부의 약속도 공수표에 그쳤다. 툭하면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떠들지만 땜질식에 그친 건 어린이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진정성이 부족했던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 나라의 수준을 확인하려면 사회적 약자,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는 말이 있다. 인천과 부천의 비극은 선진 외국에서는 예방이 쉬웠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직접 등하교시키도록 하고 부모가 무단으로 이를 어기면 바로 공공기관이 개입하도록 하는 등 아동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적 가치 체계와 다양한 복지·인권 제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내놓는 아동학대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우리는 울산·칠곡 계모 사건 등 끔찍한 아동학대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안전사고로 무수한 아이들을 잃었다. 이젠 아이들을 잘 기르고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국가적 다짐을 하고 실천에 옮길 때가 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근시안적인 대책만 내놓지 말고 총체적인 아동·청소년 보호제도를 설계하기 바란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지휘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의지를 보여줄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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