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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9 18:39 수정 : 2016.01.19 18:3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 결심을 밝혔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지 345일 만에 중도하차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사퇴가 당을 살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고 문 대표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문 대표의 사퇴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당 대표의 중도하차가 당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현실인식이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문 대표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 부재와 대표직 수행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문 대표 재임 기간은 비주류의 끊임없는 흔들기와 문 대표의 버티기가 충돌해온 혼돈의 시기였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나타난 야권의 사분오열과 지리멸렬이며, 여기에는 문 대표 역시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할 때 문 대표의 사퇴 시점이 지금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대선 고지를 향한 정치적 승부수이기도 하다. “총선에서 정권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하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이 문 대표의 이런 심중을 보여준다. 문 대표는 결국 ‘당 대표가 물러남으로써 당을 총선에서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대미문의 극약처방을 선택한 셈이다. 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총선 불출마 백의종군” 결심도 다시 한번 밝혔다. 굳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대선의 꿈을 불태우는 정치인이 ‘총선에는 백의종군, 대선에는 장수’를 하겠다는 게 옳은지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런 숱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의 사퇴가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살리는 변곡점이 된 현실은 분명하다. 탈당을 공언해온 의원들이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고, 정의당 등에서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래를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야권 통합과 연대의 환경이 다소 나아진 측면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문 대표의 사퇴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평가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문 대표 한 사람의 거취나 정치적 장래 문제 등을 떠나 야권 전체의 명운이 걸린 시점이라는 점이다. 문 대표 자신의 사퇴 결심도 이런 엄중한 현실에 대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문 대표의 사퇴가 야권의 어지러운 지형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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