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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진공의 정·관계 전방위 ‘채용 비리’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말고도 국회의원과 전·현직 고위 관료 등 정·관계 인사 8명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 청탁을 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들이 채용을 청탁한 지원자 10명은 모두 최종 합격했다.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중진공 내부 문건을 보면, 2012~2013년 세 차례 진행된 중진공 공개채용에 지원한 10명이 정·관계 인사 8명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은 대상자로 보인다. 당시 인사 담당 실무자가 작성한 문건에는 채용 청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여야 국회의원 3명, 현직 차관급 1명,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전·현직 고위 관료 4명 등 8명의 이름 또는 직책이 해당 지원자별로 적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능력·적성 평가에서 합격권을 한참 밑도는 점수를 받고도 최종 합격했다. ‘최경환 인턴의 기적’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최 전 부총리의 채용 청탁 의혹 사례와 거의 똑같다.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신입사원 공채에서 최 전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출신인 황아무개씨가 서류전형에서 2299등을 차지하고도 점수 조작을 거쳐 최종 합격해 논란이 일었다. “이사장이 최 부총리를 만나고 와서 그냥 합격시켜라 지시했다”는 공단 관계자의 일관된 증언도 나왔다.
‘청탁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어물쩍 넘긴 감사원과 검찰에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서 최 전 부총리의 경우에도, 감사원은 청탁 주체를 ‘외부’로만 표시한 채 사건을 유야무야했고, 검찰 역시 한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최 전 부총리를 서둘러 무혐의 처리했다.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이유만으로 봐준 전형적인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행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가 척결돼야 경제 활성화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18일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 쟁점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도 했다. 중진공 공채엔 매번 4000~5000명이 몰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량한 지원자의 소중한 기회를 무참히 짓밟는 고위층의 채용 비리에 엄중히 죄를 묻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일자리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 한들 고용절벽에 신음하는 청년들에게 위로는커녕 좌절만 안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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