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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대화 무용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6자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무책임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외교·국방·통일부의 새해 합동 업무보고 내용보다 더 나간 것이다. 세 부서는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사실상 ‘대화 무용론’을 추가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5자회담은 대북 압박만을 위한 것으로, 이란 핵 문제 타결에 이른 협상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이 발언은 6자회담 핵심 당사국의 정상으로서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 2003년 6자회담 출범 이후 5자가 만난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주최국인 중국이 부정적이다. 설령 5자회담이 이뤄지더라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이상 핵 문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북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 핵 문제는 더 나빠지기 쉽다.
박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통일”이라고 한 것도 부적절하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으나 대개 정치적 목적이 강한 통일대박론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이 발언은 대화 무용론과 결합해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흡수통일이 이뤄져야만 핵 문제도 풀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런 의미라면 남북 관계와 한반도·동북아 정세는 냉전 시절과 같은 복합적 대결 구도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된 데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물론 북한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접근방식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핵 문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와 미국이 얘기하는 것은 대북 압박 강화와 중국 역할론뿐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검토에 이은 대중국 압박용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많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핵 문제 해결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그렇잖아도 심각한 미-중 대결 분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과 같다. 이는 지금 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중국 등만 바라보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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