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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가지려면 |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인권법 제정안을 조만간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 10년 이상 묵은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한 것 자체가 진전이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다.
여야는 법의 목적에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 노력’이란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이를 ‘인권 증진 노력’에 부수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양쪽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에서는 야당 주장이 타당하다. 인권 못잖게 평화와 화해 또한 중요한 보편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인권 근본주의에 근거한 일방적·폭력적 접근이 합리화돼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이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확산 등을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인권법의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없애기 위한 장치와 노력도 절실하다. 이 법은 북한 인권 관련 정책 개발과 민간단체 지원 역할을 하는 북한인권재단을 신설하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런 기구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의사결정을 사실상 여야 동수로 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민간단체 지원에서는 신중하고 절제된 기준이 필요하다. 북한인권법이 ‘대북 전단 살포 지원법’이나 ‘북한 정권 타도 운동 지원법’이 될 거라는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다면 법을 만들지 않느니만 못하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이 극심하게 반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는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공포된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북한 정권이 인권 문제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기존의 북한 인권 접근방식이 자유·시민권에만 치중하고 사회·경제·문화권에는 눈을 돌렸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의 기본적 생존권 확보’를 위한 협력과 지원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와 동떨어진 게 아니다. 실제로 우리의 인권 문제를 감추려고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런 이율배반도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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