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9 21:34
수정 : 2005.10.19 21:34
사설
이용훈 대법원장이 어제 새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을 대통령에 임명제청했다. 이번 대법관 제청은 취임 일성으로 사법부 과거청산을 선언한 이 대법원장의 첫 인선이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은 터였다. 제청된 후보의 면면을 보면, 법원 내부 인사 가운데 서울대와 비서울대 출신, 그리고 외부인사가 각 1명씩 포함됐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의 법원 내부 인사’가 독점해 온 인사 관행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줄기찬 여론에 귀기울인 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기수와 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건 아쉽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기수를 안배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후배가 대법관에 오르면 선배들이 우르르 법복을 벗는 구태의연한 문화는 이젠 그만둘 때도 됐다.
대법관 인선 과정을 놓고 ‘진보 코드 우세’니 ‘시민단체의 압력 수용’이니 하는 일각의 비판은 어불성설이다. 대법원은 한 나라의 이성과 상식의 균형추 구실을 하는 곳이다. 그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시대 흐름과 민심에 귀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도 대법원 구성이 우리 사회의 이념 균형을 담보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이번에 출신 다양성을 넓혔다지만, 엄밀히 따지면 모두 법원을 거친 인물이 아닌가. 내년에도 5명의 대법관 교체 수요가 예정된 만큼 학계 등으로 문호를 더 넓히는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
권위주의 시절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사법개혁의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때에 새로 대법관이 될 사람들의 책무는 막중하다. 얼마 전 퇴임한 유지담 대법관의 말처럼 ‘국민들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