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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05 18:37 수정 : 2016.02.05 18:37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국내 갈등이 불거지고 가해자인 일본은 발뺌한다. 이제라도 새롭게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일본 정부가 내기로 한 10억엔(102억원)을 피해 할머니들한테 개별 혜택이 돌아가는 ‘순수 지원비’ 위주로 쓰겠다고 외교부가 4일 발표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일본은 한번 돈만 내면 그만인 것은 물론 재단 설립과 운영·사업 자금 대부분도 우리 쪽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의 내용과도 어긋난다. 당시 일본은 ‘두 나라 정부가 협력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한다’고 했다. 이제 이 책임을 우리 정부가 지겠다고 한다. 가해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떠맡는 바보짓이다.

일본 쪽이 더 뻔뻔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본 군이나 관헌이 직접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음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일본 정부가 한-일 합의 이후 유엔에 전달한 게 대표적이다. 위안부 문제를 일본군이 주체가 된 국가 범죄가 아니라 일부 업자들의 일탈로 축소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지엽적인 협의의 강제성’ 같은 문제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또 다른 굴욕이다. 일본은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도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게 외교일 수는 없다.

이런 모순이 생기는 근본 이유는 12·28 합의 자체에 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전혀 묻지 않은 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것은 반역사적 월권이었다. 이후 정부가 보이는 비굴한 모습은 합의 문구에 얽매여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본 쪽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닫으면서 다수 피해 할머니와 시민사회에 대해선 대결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구도로 보면 과거 친일 관료들이 동족을 억누르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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