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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0 19:01 수정 : 2016.02.10 20:42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 해소’를 재개 조건으로 달았으므로 폐쇄와 마찬가지다. 북한의 1월6일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의 일환이라지만 분명 지나친 조처다. 이 조처가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동안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이 있었지만 공단 가동이 멈추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해 북쪽 노동자를 철수시켜 가동이 여러 달 동안 중단된 적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관계의 안전판 구실을 톡톡히 해온 개성공단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책임 있게 북한에 평화파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북쪽의 공단 관련 수입은 연 8천만~1억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로 들어가는 것은 30% 수준이다. 큰 액수가 아니거니와 정상적 경협 수입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비약이다. 그보다는 한해 생산액이 5억달러가 넘는 남쪽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 대북 제재가 아니라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인 셈이다.

실효성 떨어지는 자충수

개성공단 폐쇄는 실효성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바 있다. 이 조처에 대해, 제재 효과는 없으면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제공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영국은 이 조처를 두고 부정적인 논평을 냈고 중국은 핵실험 직후 북한을 압박하던 기조에서 중립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개성공단 폐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 폐쇄는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

북한의 7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임은 명확하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 논의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더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김정은 북한 정권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핵·미사일 개발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분명 도발이지만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를 우리나라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공조가 중요한 까닭이다. 한반도 관련국들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최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정부가 취하는 행동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내밀어 중국·러시아와 큰 틈을 만들었고, 이제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으로 스스로 국제 공조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 문제 등은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지금이 바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보는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하도록 요구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것 등이 그렇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국제사회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조처가 취해진다면 북한 대외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 붕괴라는 목표가 적절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시도 자체가 주관적 희망의 소산이다. 제한적이나마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가 취해지더라도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앞서 미-중 갈등이 급격히 고조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앞으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겠지만 그보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일본 역시 북한 도발을 재무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정부가 어떤 로드맵을 갖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응에는 즉흥성이 묻어난다. 혹시라도 정부가 국내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면 큰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대북 카드는 거의 다 꺼낸 셈이 됐다. 이제 물리적 충돌만이 남은 듯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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