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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영화제, 정부 입김 벗어나야 산다 |
서병수 부산시장이 18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반 동안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중심에 서 시장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영화제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초청 상영작으로 올리자, 서 시장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상영 중단 압력을 넣었다. 얼마 뒤 시 고위 간부들이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권고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집행위원장을 특별한 이유도 대지 않은 채 사퇴시키려 한 것이다. 누가 봐도 영화제에 대한 ‘검열’이자 ‘정치적 탄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산시가 최근 이 집행위원장을 재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정치적 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화제 사무국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허위 계약서 작성 등이 드러나 이 집행위원장을 고발했기 때문에 재선임이 어렵다는 부산시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재선임 불가’를 결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영화제 집행위 쪽이 석달 전부터 이 집행위원장의 재선임 또는 후임자 선임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는데도 부산시는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영화인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어진 부산시의 행태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오죽했으면 칸·베를린·베네치아(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을 비롯한 외국 영화인들이 서 시장에게 집단 항의서한을 보냈겠나. 이들은 편지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처한 지금의 상황이 결국은 20년간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내놓겠다는 서 시장의 결정은 이런 위기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여야 한다.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약속은 정관 개정 등 후속 조처로 뒷받침돼야 하고, 혹여라도 ‘무늬만 민간’이라는 비판이 나올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이번 사태를 부산영화제가 정부와 관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계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부산영화제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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