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2.21 19:39 수정 : 2016.02.21 21:20

4·13 총선 선거구 획정이 턱밑까지 차오른 물처럼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외국민 선거인 명부 작성 개시일인 24일 이전에 선거구를 확정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미리 실무 준비를 해두면 조금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지만 그나마 며칠 정도다. 당내 경선 준비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니 여기서 더 미루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달 안에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총선이 제날짜에 치러지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중대한 헌정 위기다. 2015년 말까지 선거구를 다시 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올해 1월1일부터 법정 선거구가 효력을 잃었다. 선거구 자체가 사라지면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까지 모두 법 위반이 됐지만 검찰과 선관위가 궁여지책으로 눈감아주기로 한 형편이다. 그 자체로 법치의 공백이고, 입법 비상사태다. 그런 터에 총선 일정까지 지킬 수 없게 되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헌정체제의 뿌리이자 줄기인 입법부의 구성이 위태롭게 되고 선거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그런 상태야말로 국가적 위기다. 법률 몇 개가 통과되고 안 되고의 문제와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구 획정과 다른 쟁점 법안을 연계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헌정 위기를 방치하고 부추기는 일이 된다. 아무리 중요한 법률안이더라도 국가의 기본 틀을 이루는 선거를 위태롭게 하고 가로막는 명분은 될 수 없다.

더구나 선거법과 연계하자는 법안들에 대해선 이견이 팽팽한 터다. 기존의 테러대책 시스템조차 활용하지 않았던 터에, 실질적인 테러방지 효과도 의심스러운데다 정치개입과 권력남용의 전력이 허다한 국가정보원에 과다한 권한을 주자는 내용인 테러방지법에 야당이 찬성하기는 어렵다.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만 양산, 온존할 것이 뻔한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노동개악 4개 법을 그대로 통과시켜주는 것도 입법부의 중대한 책임 방기가 된다.

여야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는데도 이들 법의 처리를 무턱대고 고집해선 안 된다. 일괄 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가능하고 시급한 선거구 획정 문제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옳다.

선거구 획정은 여야 간에 거의 합의가 이뤄져 약간의 손질만 거치면 바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다른 법안과의 연계를 고집한다면 정치적 이유로 선거법을 ‘인질’로 삼는 것이 된다. 대통령과 여당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