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0 20:12
수정 : 2005.10.20 20:12
사설
이수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원인과 과정이야 어찌 됐든,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민주노총 지도부가 중도에 물러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이 위원장의 사퇴는 민주노총에 내부 혁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수십만 조합원의 대표가 사태 수습을 위해 사퇴를 늦추기로 한 지 아흐레 만에 내부 비판을 수용해 결정을 뒤집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결정이 열매를 맺으려면 하루속히 조직을 추스르고 단결을 꾀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제구실을 못하면 단지 조합원들에만 피해가 돌아가는 게 아니다. 노동 현안의 논의 중단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노동계뿐 아니라 정부나 사용자 단체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면에서 민주노총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노총 내부를 섣불리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누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퇴를 이른바 강경파의 공세 탓으로 해석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수호 집행부 지지 진영의 핵심 조직조차 사건 직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경파가 득세함으로써 노-사, 노-정 관계가 더 악화할 거라는 식의 주장도 경계할 일이다. 이는 관계 악화의 책임을 은폐할 위험이 크다. 이 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초만 해도, 이 위원장이 온건파여서 노-정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조였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렇게 된 첫번째 책임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노동정책에 있었다.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민주노총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변화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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