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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20:13 수정 : 2005.10.20 20:13

사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이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에서도 발견됐다. 쭉 뻗은 강송이 장관을 이룬 대관령에서 10킬로미터도 채 안 된다. 백두대간도 코앞이다. 방제선이 뚫렸다는 질타조차 한가하게 들릴 지경이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100% 고사한다. 치유법도 없다.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내 태우거나 비닐로 덮어 훈증처리하고,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이 번지지 않게 차단하는 방도뿐이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이미 시·군·구 50곳으로 퍼졌다. 확산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새 감염지역이 지난해 10곳, 올 들어 시·군·구 12곳에 이른다. 처음 발견 때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한 게 큰 잘못이다. 이후로도 정부가 산림담당 기관에만 맡겨두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올해 와서야 방제특별법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 실효성을 뒷받침해야 할 기관들은 여전히 강건너 불보듯 하는 실정이다. 경찰이나 도로관리 기관, 지자체 등에서 감염목 이동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특별법도 별무소용이다. 이래서는 소나무를 사실상 포기한 일본과 대만 같은 악몽을 피할 길이 없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조처도 필요하다. 중국은 명승지 황산을 보호하려고 주변 4킬로미터 안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2~3년만 지금처럼 확산되면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국민들도 뒷짐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감염지역 소나무를 조경수나 제재용 또는 땔감으로 가져가는 무지 또는 얌체짓 때문에 재선충은 더욱 번지고 있다. 모두 감시한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우리 문화와 함께해온 소나무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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