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세 악화 불러올 ‘사드 배치’ 협의 중단해야 |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4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할 공동실무단을 출범시켰다. 이런 움직임 자체가 한반도·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키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게 뻔하다. 두 나라는 즉각 사드 관련 협의를 중단하는 게 옳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사일 방어 태세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드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사드 배치의 의미 자체가 정부 주장과는 판이하다. 사드는 대북 견제 무기를 넘어서 미국의 군사 패권 강화를 뒷받침할 동아시아 엠디(미사일방어체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사드는 미국의 눈’이라며 “한반도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큰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한 것은 중국의 경계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만약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첨예하게 맞서는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드 배치는 한반도·동북아 관련 사안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인 2월7일 미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중국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곧 배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사드 문제가 중국과 관련된 사안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동시에 대중국 협상 카드로 삼은 것이다. 이렇듯 사드 배치 협의가 계속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결이 강화되면서 우리와 관련된 사안도 그에 맞춰 휘둘릴 수밖에 없다.
사드 문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푸는 데도 새로운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사드 배치 협의는 중국의 대북 제재 의지에 영향을 줄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대북 설득 등 해법 모색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 상황도 예상된다. 나아가 사드 배치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이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핵 역량 강화를 가속화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수순이다.
한반도 배치가 거론되는 사드 포대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남쪽에 쏘는 가상적인 상황을 상정한 값비싼 무기다.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우리가 감당해야 할 폐해와 비용은 엄청나다. 안보를 도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무기 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위험을 무시한다면 정부의 자격이 없고, 알면서도 섣부르게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했다면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마무리하는 게 올바른 태도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