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대폭 허용하고 적극 활용해야 할 ‘낙선낙천 운동’ |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발표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적격자로 지목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에 반발해 신고하자 선관위는 곧바로 ‘2016 총선 시민네트워크’(총선넷) 실무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단체의 선거운동 관련 선거법 안내’라는 문서를 보내 낙선낙천 운동에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려 들었다. 괜한 간섭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선정과 낙선낙천 운동은 정당하고 뜻있는 유권자 운동이다. 2000년과 2004년 낙선낙천 운동은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선거법 규정을 바꾸고, 상향식 공천제 도입 등 정치관행의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의 대표자가 되겠다는 후보자들이 과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엄정하게 지적하고 그 자질과 자격을 평가해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선거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공당의 공천 과정에 공적으로 참여하고 비판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이를 가로막는다면 부적격자의 국회 진입을 방조해 의회의 기능 부전을 재촉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선관위는 낙선낙천 운동을 규제하려 할 게 아니라 최대한 허용하고 지원해야 마땅하다.
이런 사람은 절대 공천해서도, 뽑아서도 안 된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은 정당들도 적극 참조하고 활용해야 한다. 시민단체 모임인 총선넷은 후보자들의 과거 정책 잘못과 집행 과정의 책임, 비리 연루 의혹, 막말 파문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유발, 민주주의와 인권 파괴 등을 이유로 공천 부적격자를 선정했다. 강원시민단체연대회의와 6개 청년단체도 각각 기준에 따라 낙천 대상자 명단을 내놓았다. 상당수가 겹치고, 여당 소속이 훨씬 많다. 이를 이유로 편향됐다며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준과 사유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지 억지로 숫자를 맞출 일이 애초 아니거니와, 권한을 함부로 휘두른 쪽에 책임을 물을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기준은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의 자격과 책임을 재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에 따른 찬반의 지적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정당에 중요한 자료다. 공천에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