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1 20:36
수정 : 2005.10.21 20:36
사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할 뜻을 밝힌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남북 화해·협력에 큰 획을 그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7돌이 되는 때인데다 개성공단 조성, 개성·백두산 관광사업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마당이어서 더 실망스럽다.
우리는 김윤규 현대아산 대표 퇴출을 둘러싼 북한과 현대 사이의 갈등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양쪽이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사태가 갈수록 악화해 현대의 대북사업 지속 자체가 갈림길에 놓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일이 꼬인 데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통용되는 자본의 논리에 익숙하지 않고 이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북한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대북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현대 쪽의 거친 태도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아태평화위 담화문이 겉으로 드러난 초강경 기조와는 달리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김윤규 전 대표와의 신의를 내세우며 실리를 챙기려 한다고 비난한다. 북한의 참뜻이 어디에 있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 교류와 경협이 중단되거나 퇴보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 문제 어려움을 딛고 남북 관계가 도약할 단계에 놓인 터에 이런 문제로 뒤뚱거려서는 안 된다. 정주영·정몽헌으로 이어진 현대 일가와의 깊은 인연이 이렇게 스러져서도 안 될 것이다.
북한 아태평화위와 현대가 진솔한 자세로 만나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열쇠는 금간 신뢰를 되살리는 것이다. 정부도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고 재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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