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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락가락하는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공약’ |
새누리당의 ‘최저임금제 공약’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8000~90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 격차 해소에 주력하는 것이 성장을 유지하면서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뒤늦기는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동참한 것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여당이 가세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1만원, 정의당은 2019년까지 1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놨다. 또 녹색당과 노동당, 민중연합당도 ‘최저임금 1만원’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조원동 새누리당 경제정책본부장이 5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최저임금을 9000원으로 올린다는 건 오보다. 9000원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라며 강봉균 위원장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야당처럼 무조건 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하면 경제 생태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장려세제란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지원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는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자 경제단체들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10달러(약 1만150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약 1만73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주는 방안이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봉균 위원장과 조원동 본부장의 엇갈리는 발언 탓에 유권자들은 어느 것이 새누리당의 최저임금제 공약인지 헷갈리게 됐다. 새누리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 진짜 공약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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