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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당한 ‘세월호 지우기’ 있을 수 없는 일 |
1주일 뒤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공교롭게도 그날을 코앞에 두고 20대 총선이 치러진다. 사건 이후 첫 총선인데다 아직도 진행형인 탓에 세월호 참사는 총선 민심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고, 또 반영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기관이나 자치단체는 물론 선관위마저 시민의 자발적인 추모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과잉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경기 안성시의 한 시민단체는 최근 지역신문에 세월호 참사 추모와 함께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려다 지역 선관위로부터 ‘잊지 맙시다. 행동합시다’라는 표현을 빼라는 요구를 받았다. 과거 야당이 사용했던 구호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표현일 뿐 아니라 특정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결국 문제의 표현을 바꾸고서야 광고가 게재돼 뒷맛이 씁쓸하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시민단체가 세월호 추모제를 열기 위해 시청 앞에 장소 사용 신청을 하자 시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불허한 일이 있었다. 며칠 동안 항의하고 선관위에 질의한 끝에 겨우 사용하게 됐지만 자치단체의 과도한 관여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부가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교재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세월호 계기교육을 불허하고 징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보수우익단체들이 ‘세월호 교재로 수업하는 교사를 신고하면 상품권을 주겠다’며 이벤트를 벌이는 황당한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유무형의 책임이 있는 세력들이 이처럼 ‘세월호 지우기’에 열심이지만 시민들의 ‘기억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교훈을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건국대, 서울대, 성공회대, 이화여대 등에서 교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열거나 다큐영화를 상영하는가 하면 분향소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어찌 보면 세월호를 지우려는 ‘망각 세력’과 진상을 규명하고 교훈을 되새기려는 ‘기억 세력’의 싸움이다. 선관위를 비롯한 당국은 섣부른 세월호 지우기는 한쪽을 편드는 선거개입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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