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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뒤 실종된 ‘집단 탈북’ 사건 |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총선 이후 갑자기 실종됐다. 사건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통일·외교·국방부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브리핑까지 하더니 총선 뒤에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특히 북한이 대남 선전 매체와 적십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연일 귀순이 아니라 ‘납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허무맹랑한 주장”이란 말 이외엔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니 해괴한 일이다.
정부는 종업원 등 13명이 도착한 지 하루 만인 8일 통일부 대변인이 이들의 귀국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통일부와 외교부 고위관계자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국방부의 과거 북한군 대좌 망명 사실 확인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총선 뒤엔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은 12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이어 17일 조평통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유인납치극’이라며 이들을 무조건 돌려보내라고 주장했다. 북한 쪽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배인(ㅎ씨)이 ‘남조선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거짓말로” 유인·납치했다고 구체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들의 ‘납치’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어느 곳에서도 자세한 반박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우 걱정스러운 것은 실종 상태인 종업원 2명의 안위다. 종업원 19명 가운데 지배인 ㅎ씨와 함께 한국에 온 12명과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5명 이외에 2명은 행방이 묘연하다. 이들은 상하이로 가려다 붙잡혀 닝보에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북한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하는 등 탈북 의사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다른 종업원 등의 탈북 사실을 서둘러 공개하는 바람에 이들의 탈북 행로가 막혔을 수도 있다. 정부의 신중치 못한 발표가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면 인도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태도 돌변은 이번 사건이 ‘총선용 북풍 공작’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짙게 한다. 이들에 대한 신문 절차 진행과 별개로 적절한 시점에 국정원과 정부 부처의 공개 경위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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