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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 당 혁신할 수 있는 비대위 꾸려야 |
4·13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비대위) 구성을 놓고 지리멸렬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안이하게 시간을 허송하는 새누리당을 보면, 과연 변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는데도 이렇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건, 여전히 당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청와대와 친박 세력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0일 “나는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 5월초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새로 뽑으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당선자 122명 가운데 친박계는 절반을 훌쩍 넘긴 70명 안팎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사실상 친박계가 비대위를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비대위 구성을 5월초까지 늦추면서 굳이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건 친박 세력이 당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구성된 비대위로 총선 참패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런 비대위마저 6월말~7월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때까지만 당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는 게 친박 세력의 구상인 듯하다.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할 시기에 급한 불만 끄는 ‘관리자’를 내세우겠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친박 세력이 시간을 끌면서 책임론을 벗고 당을 계속 이끌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기 딱 알맞다.
지금 새누리당은 당청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 책임있는 여당의 위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종속된 여당이 아니라, 스스로 야당과 ‘타협의 정치’를 하고 때론 정부를 견제하고 이끌어가는 집권여당으로 변해야 한다. 비상대책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야 국민과 당원이 당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하루라도 빨리 당을 총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게 옳다. 굳이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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