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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낙하산 인사’인가 |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케이비(KB)국민은행 상임감사에 내정됐다고 한다. 국민은행 쪽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하지만 여러 정황상 신 전 비서관의 감사 내정은 확실해 보인다. 이 정권이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신 전 비서관은 총선 결과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총선이 끝나고 그의 사표 소식이 알려지자 ‘문책성 사임’이라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국민은행 감사로 옮기기 위해 총선 하루 전날 사표를 냈던 것이다. 문책을 당해도 시원찮을 사람의 취직자리 마련을 위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발 벗고 나서서 뛰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신 전 비서관은 완벽한 금융 문외한이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단장을 지냈을 뿐 금융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이 정권은 우리은행 상임감사도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금융 문외한인 정수경 변호사를 낙하산으로 앉혔다. 그나마 우리은행은 정부 지분이라도 있지만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다.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 상임감사 자리를 비전문가들의 취직자리 정도로 여기면서 무슨 은행의 경쟁력 강화며 금융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인가.
신 전 비서관의 국민은행 진출은 총선 이후 여권 인사 챙기기의 신호탄 성격도 지닌다. 현재 자리가 비어 있거나 임기가 끝나가는 공공기관 요직에 총선 낙천·낙선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만약 이 정권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자리 챙겨주기에나 골몰한다면 ‘총선 민심 수용’이니 뭐니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신 전 비서관의 국민은행 감사 임명 강행 여부는 권력의 오만함을 재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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