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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눈치 보지 않는 새누리당을 바란다 |
총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을 이끌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정진석 당선자(충남 공주·부여·청양)와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이 선출됐다. 3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정 원내대표-김 정책위의장 조’는 69표를 얻어, 43표의 ‘나경원-김재경 조’를 큰 표차로 눌렀다. 정진석 새 원내대표는 4·13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잘 헤아려,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으로 당을 탈바꿈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16년 만의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곤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원내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민심이 왜 이렇게 싸늘하게 새누리당을 외면했는지는 국회의원 당선자들 스스로가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정진석 새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을 이끌어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새 원내대표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임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집권여당을 여당답게 바로 세우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아래서 여당이 입법부의 한 축이 아니라 마치 청와대의 하부기관처럼 처신해온 행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단 한마디 쓴소리를 못 하고 법안 처리 하나하나까지 청와대 승인을 받는 식으로 행동했던 게 과거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이런 게 국민이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거두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걸 정진석 원내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비록 경선에서 졌지만 “당은 청와대의 대행사가 아니다”라는 나경원 의원의 말은 되새겨볼 만하다.
그런 점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선출이 친박계의 암묵적 지원에 의한 거라는 당내 평가가 나오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 복당에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등 당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을 새롭게 변모시키려면 우선 대통령 품 안에서 벗어나 자체의 힘으로 서는 여당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지지만, 때론 정부를 비판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오로지 국민을 중심에 놓고 야당과 함께 국회를 이끌어가야, 새누리당도 살고 정진석 원내대표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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