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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5 20:55 수정 : 2005.10.25 20:55

사설

지난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직후 “방일이 부적절하다”고 했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닷새 만에 태도를 바꿔 일본 방문 계획을 밝혔다. ‘갈팡질팡 외교’를 보는 듯해 유감이다. 일본 정부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자세를 낮춘 것은 아닌가. 물론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방일 결정은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고위전략회의가 만든 ‘대일 외교정책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지침은 정치·외교 분야와 일반 교류·협력을 분리하고, 외교행위도 필수불가결한 것과 선택적인 것으로 나눈 뒤 선택적 외교행위만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지침 자체는 나름의 일리가 있다. 신사 참배가 아무리 심각한 문제이더라도 모든 대일 관계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장관의 방일이 필수불가결한 외교행위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다음달 열릴 아펙 정상회의 및 5차 6자 회담과 관련해 일본 쪽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장관급이 아니라도 협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장관이 직접 일본 정부에 우리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니 온 국민이 그 결과를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합리화한다는 점에서 반평화적이고 반인륜적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보란 듯이 참배를 계속하는 데는 일제의 유산을 군사 대국화와 동아시아 패권 경쟁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이 벌어지면 흥분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손을 내미는 어정쩡한 외교로는 일본의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를 막기 어렵다. 중국이 지난 3년 반 동안 정상간 상호방문을 끊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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